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콘텐츠 업로드로 이어지는 '시딩' 마케팅이 단순 협찬의 범주를 넘어,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고객 신뢰 확보의 핵심 전략으로 진화한 것이다.
특히 팔로워 수보다 팔로워들의 콘텐츠 참여도를 중시하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시딩이 커머스를 넘어 의료, 팝업스토어, 서비스업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되며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숏폼 콘텐츠의 부상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기준은 과거 '팔로워 수'가 곧 영향력이던 시대를 넘어, 이제는 대중의 참여도(인게이지먼트)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팔로워 1천 명 남짓한 크리에이터가 조회수 100만회의 파급력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본 분야가 K-뷰티다. 코스알엑스, 아누아, 스킨1004 같은 중소 브랜드들이 대기업 대비 적은 예산으로도 틱톡 기반 시딩만으로 아마존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시딩의 조회수 총합을 전통 광고의 CPM(1,000회 노출당 비용)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효율성을 보이는 것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단순한 제품 협찬을 넘어 브랜드 콘텐츠 수급, 소비자 신뢰 확보, 바이럴 확산까지 모두 아우르는 숏폼 시대의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근래에는 이러한 시딩 마케팅의 성공 사례가 커머스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K-뷰티와 K-콘텐츠에 따른 외국인들의 ‘K-의료관광’이 급부상했다.

피부과 전문의원 세니아 클리닉은 인플루언서 시딩을 통해 월 매출 30억 원, 외국인 고객 비중 95%의 성과를 달성했다.
민원준 세니아 클리닉 대표는 "인플루언서 시딩에 완전히 몰두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인플루언서들에게 세니아 클리닉의 서비스를 포스팅 가능하도록 소개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틱톡에서 바이럴된 세니아 클리닉 포스팅은 좋아요 6만 7천개를 기록하며 실질적인 방문 고객으로 전환되는 성과를 보였고, 일본인 의료관광객은 이후 9배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과 팝업스토어에서도 인플루언서 시딩은 핵심 모객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년 여름 진행된 하이트진로의 ‘진로골드 판타지아’ 팝업스토어는 틱톡, 인스타그램 기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달간 15만 명의 방문객이 방문했다. 일반인들의 현장 콘텐츠도 입소문에 가세하여 누적180만 회 이상의 SNS 조회수를 기록, 콘텐츠 확산을 통한 현장 모객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성수에 오프라인 매장 및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티르티르 △어뮤즈 △롬앤 △바닐라코 △삐아 등 뷰티 브랜드들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현장 초청과 콘텐츠 확산을 통한 모객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성수 지역 특성상, 국경 없는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을 현장 방문으로 연결하는 전략이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의 시딩 마케팅 확산과 함께 새로운 과제도 등장했다. 바로 '숨은 고수'를 찾아내는 일이다. 팔로워 수가 곧 광고 단가로 통하는 시장에서, 인지도는 낮지만 팔로워의 참여도가 높거나, 특정 콘텐츠나 브랜드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하면 훨씬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문제는 기존 발굴 방식의 한계에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월 인플루언서 시딩 50건을 달성하려면 평균 수락률 5%를 고려해 최소 2,000명의 인플루언서에게 제안을 보내야 하고, 세부 조율을 위해 500회 이상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어렵게 선별한 인플루언서가 높은 조회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이러한 절차는 브랜드에게 상당한 인력과 시간적 부담으로 다가오는 작업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자동화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인덴트코퍼레이션의 AI 인플루언서 매칭 솔루션 '스프레이'는 수분 내 1,000명 이상의 인플루언서 리스트업이 가능하다. '평소 전자기기 활용이 많은 인플루언서'처럼 구체적인 맥락 기반 검색도 지원해, 브랜드 기획자의 의도를 콘텐츠 스타일에 정확히 반영할 수 있다.
해외 인플루언서까지 포괄하는 글로벌 매칭 기능까지 제공해, K-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시장에서 진행한 뷰티 제품 캠페인에서는 현지 대행사 평균 대비 9배 이상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플루언서 시딩이 단순한 제품 협찬을 넘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한다. 시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숏폼에서 3초 안에 후킹할 수 있는 서비스'인지, 그리고 무작정 많이 뿌리기보다는 '누구에게, 어떤 맥락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를 치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정부와 지자체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시는 중소 뷰티기업 100개 사의 스케일업과 수출 확대를 위해 기업과 인플루언서들을 한자리에 모은 '서울뷰티허브' 개관식을 지난 9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뷰티기업 50개 사와 주요 국내외 유통사, 인플루언서 등 100여 명이 참석해 K-뷰티 활성화에 관한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인플루언서 시딩이 커머스에서 시작해 의료, 팝업스토어, 게임 등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를 반영한다. 전통적 의미의 광고보다 '진짜 사용자'의 경험담을 더 신뢰하는 이들에게 인플루언서 시딩은 효과적인 소통 방식이 되고 있다.
출처: 한경비즈니스 온라인뉴스팀 기자, “팔로워 천 명이 조회수 100만 달성… ‘인플루언서 시딩’이 만드는 브랜드 경험”, 한경비즈니스, 2025.7.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0/0000093101?sid=101